오늘 아침부터 오종인 멘토님과 몇 명의 카뎃들과 함께 개발자 이력서를 작성해보는 '켠김에 이력서까지'를 진행했다. 신청했을 당시에는 내가 뭘 한 게 없는데 이력서를 쓸 수 있나? 라고 생각했었는데, 정답이었다.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었던 것이다.

 

  먼저, 오전 10시부터 시작하여 한 시간 정도 이력서를 작성해본 후 피드백을 받기로 하였다.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이력서를 작성하였다. 핵심 역량에는 평소에 내가 잘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적었다. 이전 직장의 경력이 기술영업 직군이어서 쓸지 말지 고민했지만, 일단 쓰기로 했다. 쓰다보니 금세 한 시간이 지나 피드백을 받았다. 결과는 너무 탈탈 털려서 뼈는 커녕 살까지 분쇄되어 다짐육이 될 정도였다. 내가 적응력이 뛰어난 걸 증명할 수 있는가? 뛰어난 같은 수식어구가 굳이 필요한가? 다양한 개발 언어 활용 능력이 중요한가? 원만한 성격인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?

 

  핵심 역량은 내가 증명할 수 없는 것이면 쓰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한다. 생각해보니 위 질문들에 대해 한 번도 대답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. 내가 잘 하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. 답은 간단하다. 증명 가능한 사실만 적으면 되는 것이다. 본인의 어떤 경험을 살려 해당 역량을 증명할 수 있으면 적으면 된다.

 

  나는 영업직으로 일했던 경험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증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. 오히려 영업직이라고 하면 자신의 실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. 물론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,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말문이 막혔다. 어차피 저는 아닙니다 라고 해봤자 증명할 수도 없고, 변명거리만 될 뿐이니까. 그래서 내가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빼보았다.

 

텅 빈 이력서

    다 지우고 나니, 이력서가 텅텅 비어버렸다. 그렇다.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. 그나마 AIFFEL에서 머신러닝 관련해서 배우는 게 있으니 관련 Framework를 쓸 수 있는 정도였다. 그러나 그마저도 AI 엔지니어를 목표로 하기 위해서는 AI 도메인보다 개발 지식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.

 

  나도 AIFFEL을 시작하기 전에는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기만 하면 개발을 잘 못해도 설계만 잘 하면 충분히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.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만 알아서는 할 수 있는게 크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. 설계를 잘 하는 사람? AI Researcher가 있는데 굳이 AI Engineer를? 딥러닝 모델 설계를 잘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어도 많을 것이다. 딥러닝 모델을 설계하기 이전에 해당 문제를 딥러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부터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, 해당 모델을 어디에서 사용할 것인지, 자원은 얼만큼 있는지, 처리 속도는 얼마나 중요한지, 어느 정도의 정확도가 요구되는지 등은 모델만 잘 설계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. 따라서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기 이전에 개발 지식을 먼저 습득하고, 해당 분야의 도메인을 어느 정도 파악한 후에 해당 문제를 딥러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. 이 부분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멘토님께 팩트로 맞음 당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.

 

   프로젝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깨닫게 되었다. 같이 켠김에 이력서를 진행했던 hyukim님의 이력서도 보게되었는데, 그 동안 진행했던 것들이 노션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. 그 노션을 보고 2차로 스스로 맞음 당했다.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고(내 기준), 그걸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물론 지금도 열심히 안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. 멘토님께서는 프로젝트에서 뭘 했는지 보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떤 기술을 써봤고, 왜 이 기술을 사용했으며,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잘 정리하는게 중요하다고 하셨다. 이런 부분은 나중에 프로젝트를 할 때 까먹지 말고 잘 적어두어야겠다.

 

  결국 나는 하루 종일 후드려 맞음 당하기만 했으나,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는 날이었다.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적혀진 게 없는 null뿐인 이력서지만, 추후에는 멘토님께서 기업에 '이 카뎃 잘해요' 라고 당당하게 추천할 수 있는 이력서를 만들어야겠다.

 

 

카뎃 여러분, 이력서 꼭 미리미리 준비합시다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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